『곡마단 사람들』은 사진가 오진령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6년 간 한국의 유랑 서커스단, 이른바 ‘곡마단’과 함께 생활하며 기록한 사진집이다. 작가는 전국을 떠돌며 유랑 공연을 이어가던 ‘동춘서커스’와의 동행을 통해, 서커스라는 생계와 공연의 경계 위에 놓인 삶을 가까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책은 화려한 무대 뒤편의 풍경을 따라간다. 천막 뒤, 장대 위, 밥상 옆, 조련장 옆에서 펼쳐지는 서커스단의 일상은 고된 노동과 유랑의 피로, 그리고 공연 전후의 긴장과 해방으로 채워져 있다. 원숭이과 사람, 공연소품, 비닐천막이 어우러진 풍경은 하나의 공동체가 지닌 낡고도 독특한 리듬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 풍경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응시하며, 곡마단 사람들의 삶을 과장 없이, 그러나 깊이 있게 기록한다.
오진령은 곡마단 내부의 일시적인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언어와 습관을 체득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곡마단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유랑 예술의 한 자락을 정직하게 포착한 귀한 기록물이자,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진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곡예의 아슬아슬한 긴장만큼이나, 삶의 균형을 붙들고 선 사람들의 얼굴이 오래도록 남는다.
#004
『곡마단 사람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