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곡(人曲)』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순재 신부가 1983년에 출간한 사진집이자, 같은 해 대구 동아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로 공개된 작품 연작이다.
사진집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정 신부가 촬영한 흑백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농촌과 도시, 병원과 교도소, 범죄자와 장애인 등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을 기록하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통과 구원, 그리고 신앙적 희망을 동시에 응시한다.
정순재 신부는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나 1961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사목 활동과 함께 사진 작업을 이어가며, 한센병 환자, 정신병동 환자, 사형수, 임종자 등의 삶을 꾸준히 기록했다. 그는 “사진은 나의 기도이자 강론”이라고 말하며, 사진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신앙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약자와 종교인의 삶을 주제로 한 전시를 이어왔다. 『인곡』은 그가 이 시기의 작업을 묶어 ‘인간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첫 본격적인 포토 에세이로, “세상 모든 곳이 복음의 현장”이라는 그의 신념을 사진 언어로 드러낸 작업이다.
『인곡』은 그가 수년간 이어온 관찰과 사유의 결실로, 인간의 존엄을 미화하지 않고 그 자체의 무게로 바라본 작업이다. 차분한 시선으로 삶의 가장자리와 중심을 함께 비춘 이 사진집은, 한국 사진사 속에서 인간과 신앙, 기록과 사유가 교차하는 하나의 자취로 남아 있다.
#006
『인곡(人曲)』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