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1941-2025)은 한국 현대 사진사와 여성주의 사진의 기틀을 마련한 1세대 사진작가이자 활동가다. 1960년대부터 작업을 시작한 그녀는 1980년대 들어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며, 남성 중심의 사회가 여성에게 씌운 잣대와 권력 구조를 도발적인 초상사진으로 파헤쳐 왔다. 특히 대표작인 ‘미친년 프로젝트’를 통해 가부장적 규범을 벗어난 여성들에게 가해진 멸시의 언어를 저항과 주체성 회복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사진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친년 프로젝트’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한국 사진 연작이다. 이 프로젝트는 가부장제 사회가 체제에 순응하지 않거나 저항하는 여성들에게 낙인찍어온 ‘미침’이라는 언어를 예술적 실천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윤석남, 이혜경 등 동료 여성 예술가 및 활동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한국 현대 사진사에서 여성주의적 시각을 확고히 다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진집은 남성들의 시선에 갇혀 있던 여성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다. 작가는 정해진 틀에 묶이지 않는 이미지의 힘을 빌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여성의 진짜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단순히 예쁘게 보여지는 몸이 아니라, 차별받고 억눌려 온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이는 겉모습만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기 좋은 사진 뒤에 숨은 억압을 들춰내며 한국 여성주의 사진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미친년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핵심 정신은 급격한 근대화 속 한국 여성들이 마주했던 사회적 억압에 대한 풍자와 자매애다. 작가는 폭력과 불평등 속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역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모든 여성을 향해 연대의 시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