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1927~2011)는 중앙대학교 교수와 문화재위원을 역임한 무용학자이다. 1976년 ‘전통무용연구회’를 창립하여 민속춤을 분류하고 용어를 정리함으로써 한국 무용학의 기틀을 닦았다. 현대무용으로 시작했으나 20년 넘게 전국 현장을 누비며 민속 예술을 발굴했고, 최승희 연구를 통해 한국 근대 무용사의 맥락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민속기행』은 1960~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가던 농촌의 민속예능을 기록한 답사기이다. 『공간』, 『전통문화』 등 잡지에 72회 연재했던 글 중 30편을 선별해 엮었다. 흑산도부터 산간 오지까지 직접 찾아가 채록한 이 기록은 당시 전통문화 보존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책은 제의와 굿, 놀이, 농악, 예인 탐방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8개 마을의 굿과 10개 지역의 놀이, 5개 지역의 농악을 수록했으며 하보경, 이동안 등 명인 6인의 삶과 진주 검무의 내력을 담았다. 저자는 전문가의 안목으로 굿과 놀이 속에 담긴 철학과 심미안을 분석적으로 고찰하여 민속의 원형을 복원하고자 했다.
이 책은 한국 공연예술의 제도화와 학술 연구에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김수남, 박진주, 류경선, 신승기 등 8인의 사진가가 촬영한 90여 장의 사진은 양주 별산대놀이, 진도 씻김굿 등 현장의 복식과 절차를 그대로 보여주는 시각 사료다. 수록된 조사 내용은 진도씻김굿이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되는 근거가 되었으며, ‘명무’라는 용어를 정착시켜 전통춤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무용학 및 민속학의 가치 높은 사료로 평가받는다.
#012
『민속기행』
1988